한승동의 동서횡단 /
일본이 다시 한반도를 침략한다? 패배주의에 절은 황당한 피해망상일까?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행정스쿨 학장 등 미국 초당파 아시아전문가들이 2020년까지의 아시아전략과 정책제안을 종합한 이른바 ‘아미티지 리포트 2’. 2월16일 공표된 이 보고서는 ‘미·일동맹- 2020년까지 아시아를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라는 제목에 걸맞게 미일동맹을 “미국의 아시아전략의 중핵으로 삼아야 한다”며, 지난 2000년에 나온 보고서 1보다 더 강력하게 일본의 재무장과 중국에 대한 경계를 역설했다.
보고서 2는 미일간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문한 다음, 안보 분야에서 일본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수행하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⑴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조직 강화. ⑵동맹관계의 억제요인을 논의할 헌법개정논의 촉진. ⑶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규정하는 항구적인 법 제정. ⑷국방예산 증액. ⑸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효과적인 결정을 위한 정부조직 강화란 유사시 미국이 일본 자위대를 동원할 때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고 움직일 수 있도록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군부의 역할을 확대하라는 얘기다. ‘동맹관계의 억제요인’이란 일본의 군대보유와 전쟁행위, 그리고 동맹과 함께 전쟁을 벌이는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한 현행 헌법 제9조를 가리키며, 개헌논의를 촉진하라는 건 헌법 9조를 폐지하든지 바꿔서 전쟁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만들라는 얘기다. 나머지 항목들도 거기에 수렴된다.
미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어떠한 세력의 등장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국시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고, 이처럼 일본 재무장을 부추기는 것은 일본 민족주의를 이용해 일본을 매 잡는 솔개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전형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다.
러일전쟁 때 미국이 영국과 함께 일본을 지원하고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지배를 뒷거래한 게 먼 옛일이 아니다.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라는 영화에는 총리(문성근 분)가 대표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식민주의 자체가 죄악이거늘 영화는 가짜 옥새를 매개로 일제 식민지배의 합법성 여부에 매달리다 좋은 주제를 맥빠지게 만들었지만, 총리와 박성원 등이 분한 친일사대파 원로들의 수작과 논리 묘사는 사줄만했다. 일진회의 송병준, 그리고 이완용 등 ‘을사오적’들, 이광수 등 친일파 주장이 그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한 분단이 계속된다면 100여년 전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러가 북한 뒤에 서면, 재무장한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한반도에 개입할 것이며, 그때 현실주의를 내건 매판사대주의자들이 들고 일어나 “일본과 미국의 보호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자손만대를 보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외쳐댈 것이다. 일본 자민당 주류 등 우파들은 조선식민지배는 조선내부에서 먼저 일본의 보호를 요청하고 도장까지 찍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1910년 ‘합방’이 합법이었다고 아직도 주장하고 있다. 2월20일 딕 체니 미 부통령이 도쿄에 가서 한 얘기도 미일동맹과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였다. 미국 우파들은 주한미군 철수 이후 남한을 일본에 통째로 맡기려 한다. 재무장한 일본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한’(이 얘기는 요즘 일본 우파들이 한국을 끌어당기려 할 때 즐겨 입에 올리는 구절이다.) 한국민의 자유와 번영을 지켜내는 것이 곧 일본의 국익과 합치한다며 ‘북쪽 위험세력’으로부터 남한을 수호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병하고 미국이 잘한다고 박수치면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진회와 을사오적이 먼 옛날얘기로 들리는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남북한 분단이 계속된다면 100여년 전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러가 북한 뒤에 서면, 재무장한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한반도에 개입할 것이며, 그때 현실주의를 내건 매판사대주의자들이 들고 일어나 “일본과 미국의 보호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자손만대를 보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외쳐댈 것이다. 일본 자민당 주류 등 우파들은 조선식민지배는 조선내부에서 먼저 일본의 보호를 요청하고 도장까지 찍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1910년 ‘합방’이 합법이었다고 아직도 주장하고 있다. 2월20일 딕 체니 미 부통령이 도쿄에 가서 한 얘기도 미일동맹과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였다. 미국 우파들은 주한미군 철수 이후 남한을 일본에 통째로 맡기려 한다. 재무장한 일본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한’(이 얘기는 요즘 일본 우파들이 한국을 끌어당기려 할 때 즐겨 입에 올리는 구절이다.) 한국민의 자유와 번영을 지켜내는 것이 곧 일본의 국익과 합치한다며 ‘북쪽 위험세력’으로부터 남한을 수호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병하고 미국이 잘한다고 박수치면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진회와 을사오적이 먼 옛날얘기로 들리는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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