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의 동서횡단 /
지구 저궤도라면 보통 지표면에서 300~1400㎞ 높이다. 중궤도는 1400㎞에서 3만6000㎞ 사이. 고도 3만6000㎞ 전후의 궤도를 정지궤도라 한다. 정지궤도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의 궤도주기는 23시간56분4초로 지구 자전 시간과 같다. 이 때문에 지구상에서 정지궤도상의 인공위성은 엄청난 속도에도 불구하고 고공 한 지점에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지위성이다. 통신위성이나 방송위성을 정지궤도에 띄워 놓으면 안테나를 고정해 두어도 극지방을 빼고는 잘 작동한다.
고도 약 350㎞에 떠 있는 저궤도위성이라면 시속 약 2만7400㎞(초속 약 8㎞)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1시간 반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저궤도는 대기와의 마찰 가능성 등 몇가지 단점도 있으나 장점도 많다. 저궤도 위성은 상대적으로 작은 로켓, 적은 연료로도 쏘아올릴 수 있다. 지상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화상 분해능력이 좋아지고 송수신 전력도 적게 든다. 반면에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통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여러개의 위성을 한꺼번에 쏘아올려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저궤도 상에 떠 있는 정찰위성(첩보위성, 스파이위성. 보통 고도 400~600㎞)은 지구를 남북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지구가 자전하므로 약 12시간 주기로 지표상의 같은 지점을 통과한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이 쏘아올린 로켓이 1단계 부스터를 동해에 떨어뜨리고 일본열도를 넘어 태평양쪽으로 날아갔을 때 일본에선 난리가 났다. 이른바 ‘대포동’ 미사일 소동이다. 그때 일본이 동원한 대응책들 가운데 하나가 정보수집위성들을 띄워 북한을 감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두 종류의 위성을 각 1개조로 해서 2개조 총 4기의 위성을 띄우기로 했다. 한 종류는 광학센서를, 또 하나는 레이저 센서를 지닌 위성. 광학위성은 해상도가 높지만(당시 1m 크기의 지표상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해상도였으나 지금은 50㎝ 크기도 식별 가능) 밤이나 구름이 끼면 촬영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레이저위성은 해상도는 좀 떨어지지만 어느때나 촬영할 수 있다. 2기 2개조 정보수집위성 네트워크는 전천후 24시간 감시체제다. 말이 정보수집위성이지 사실은 정찰위성이요 스파이위성이다.
일본은 2003년 3월에 장거리로켓 H-2A 5호기로 첫 1개조 2기 위성을 동시에 쏘아올렸다. 그해 11월 또다른 1개조 2기 위성을 탑재한 H-2A 6호기가 발사됐으나 보조 부스터 분리실패로 자폭시키는 바람에 실패했다. 당시 실패는 거듭된 패착 끝에 문부과학성 우주과학연구소, 항공우주기술연구소, 우주개발사업단 등 우주개발 3기관이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로 통합된 뒤의 첫 위성발사 시도였던 만큼 일본사회에 준 충격이 컸다. 절치부심 끝에 개선된 7호기부터 11호기까지 연속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다른 한 개조의 광학위성 2호기가 지난해 9월 10호기에 실려 갔다. 원래 2기 한 개조가 함께 올라가야 했으나 한꺼번에 2기를 모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부담 때문에 각각 따로 발사하기로 했다. 이제 레이저위성 1기만 성공적으로 올라가면 전천후 위성감시 네트워크는 완성된다. 15일 발사하기로 한 H-2A로켓에는 해상도를 크게 높인 레이저위성 2호기가 실렸다. 이제 일본은 한반도 전체와 중국에 대한 상시감시체제에 들어간다.
일본은 미국 영향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군사위성체제를 갖추기 위해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등과 벌이고 있는 치열한 상업적 우주개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안팎의 견제와 비판을 물리쳐야 한다. 그걸 위해 일본은 대포동 소동을 멋들어지게 키우고 이용해먹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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