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아베 총리! 거짓말쟁이는 바로 당신

등록 2007-03-15 16:32


한승동의 동서횡단 / 군위안부와 일본인납치②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부르자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나가 다시 해명했다. “고노 담화를 계승해간다. 당시 위안부 여러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 정말 고생하신 여러분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죄(오와비)드린다. 고이즈미 총리도 하시모토 총리도 전 위안부 여러분에 대해 (사죄)편지를 냈다. 그 마음은 나도 전혀 변함없다.” 그는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정말 진심으로 동정하고, 이미 사죄도 드렸다. 하지만 반드시 발언이 제대로 냉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사실과 다른 형태로 전달돼가는 현상속에 비생산적인 논의를 확산시켜 어쩌자는 건가.”

9일 발언은 전에 한 원칙적인 얘기를 되풀이하면서도 뭔가 못마땅해하는 투가 역력하다. 자신의 발언이 왜곡돼 전달된다며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다. 11일 해명은 9일 발언에 대해 10일 다시 여론이 비등하자 마지못해 나선 것이다. 그럼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그의 지난 1일 발언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 보자. “당초 (고노 담화에) 정의돼 있던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었다. 정의가 바뀐 것을 전제로 생각해야 한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5일 부연설명했다. 위안부를 모집한 업자들이 사실상 강제하는 그런 ‘광의의 강제성’은 있었으나 당국이 납치하듯 연행해가는 ‘협의의 강제성’은 없었다고. 말하자면 자신은 협의의 강제성이 없었다고 했지 언제 강제성 자체가 없었다고 했냐는 투다. 과연 그런가?

거짓말이다. 그는 분명히 그냥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었다”고 했다. 과거 위안부 존재 자체를 허구라고 주장하고 고노 담화에 반대하는 의원모임 리더로 활동한 전력으로 볼 때 그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사실상 위안부 동원에 어떤 강제성도 없었다는 것, 그 자신의 말 그대로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런 발언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베가 그렇게 한 것은 그가 공을 들인 다음달의 원자바오 중국총리 방일도 고려했겠고 미국 하원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죄 촉구 결의안 상정도 겨냥했다. 자민당 주류 우파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한국 중국의 반응이나 위안부문제의 진실 자체가 결코 아니다.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한 비아시아국 특히 미국의 관심에 좌불안석이 돼 있다. 아베가 굳이 3월1일에 강제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고 한 말의 의도는 뻔하다. 하원 일부 의원들 논리를 반박하고 결의안 채택을 막겠다는 얘기다. 일본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얼버무려 왔다. 피해자들이야 떠들든 말든 미국 유럽이 입닫고 있는 한, 여론은 일본편이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서방 세계는 자기들 편인 일본을 총애했고 공산국가 북한과 중국 얘기는 무시했으며, 미국과 일본에 거의 전적으로 기대온 한국 역대정권들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해본 적조차 없었다. 그것은 일본의 이웃 아시아 무시와 뒤틀린 우월감과도 연결돼 있고, ‘탈아입구’를 주창했던 후쿠자와 유키치 이래 그 전통은 변함없다. 냉전 붕괴와 한국의 민주화, 거대중국의 등장으로 그런 호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우익들은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실은 ‘협의의 강제성’이니 ‘광의의 강제성’이니 구분하는 것 자체가 솔직하지 못한 진실 호도책이다. 군 당국의 의뢰를 받은 모집업자가 끌어갔으면 일본국가(천황)에 책임이 없고 군 당국이 직접 끌어갔다면 책임이 있다는 식의 억지구분은 인간에 대한 정의의 차원보다는 법리 해석을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맞춰 책임을 피해가려는 범죄자들의 방어심리와 다를 게 전혀 없는 차원이다. 우리도 매번 뒤집어엎는 얄팍한 사죄가 지겹다. 그런 점에서 위안부 문제로 일본이 다시 사죄해야 하느냐 따위의 천박한 질문을 내건 <시엔엔(CNN)> 여론조사는 서방이 얼마나 이 문제에 무지몽매하며, 오히려 가해자 일본에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