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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소장파 줄서기·이명박 시베리아 발언에 폭발

등록 2007-03-18 19:46수정 2007-03-19 10:05

17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하주리 용화사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동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먼저 다른 차량에 타고(아래), 조금 뒤 손 전 지사로 보이는 이가 차에 오르고 있다(위). 손 전 지사는 강원도 낙산사에서 1박한 뒤 설악산 봉정암을 거쳐 용화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인제/김종수 기자 jongsoo@news.hani.co.kr
17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하주리 용화사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동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먼저 다른 차량에 타고(아래), 조금 뒤 손 전 지사로 보이는 이가 차에 오르고 있다(위). 손 전 지사는 강원도 낙산사에서 1박한 뒤 설악산 봉정암을 거쳐 용화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인제/김종수 기자 jongsoo@news.hani.co.kr
손학규 전지사 왜?

대세론 좇는 당에 대한 불만 한계치 달해
‘시대정신’ 소명도 낮은 지지율에 좌절감

“손학규가 갑자기 왜 저러나?”

최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행보를 보면서 한나라당 안팎의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냉정히 보면 그의 강원도 산사 칩거는 ‘탈출 명분’을 찾으려는 발버둥처럼 비치기도 한다. 미약한 당내 기반 때문에 경선 승리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반발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심재철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지난 16일 당직자회의에서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하면 ‘승산이 안 보이니까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서 하는구나’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최근 행동을 좀더 들여다보면 당에 대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 마침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폭발한 양상이 짙다.

가장 먼저 당내 소장·개혁파에 대한 실망이 꼽힌다. 그는 자신이 출마 선언을 하면 소장·개혁파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뭉치리라고 내심 기대했다. 손 전 지사가 지난해 여름 민심대장정을 하는 동안에 소장파들은 여러 번 손 전 지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이후 이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양대 주자 캠프로 뿔뿔이 제 갈 길을 찾아갔다. 손 전 지사는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 유력 주자의) 줄세우기가 너무 심하다. 경기도에서 나와 친한 도의원들까지 모두 빼내가고 있다”는 식의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고 한다.

낙산사에서 손 전 지사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정념 스님은 “초선 의원들이 의욕 있는 목소리를 낼 줄 알았는데 줄서기에 여념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진정한 보수를 위해 (당의) 개혁이 필요한데 그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경선 규정 논의에서 손 전 지사 쪽이 주장했던 △국민참여 비율 확대 △9월 경선(추석 이후) △경선 참여인원 확대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도 손 전 지사는 같은 맥락, 곧 당이 유력 주자 위주로 경선 룰을 짠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특히 지난 5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손 전 지사를 향해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바깥에 나가도(탈당해도) 춥다”고 말한 게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한다. 손 전 지사 캠프의 박종희 비서실장은 18일 “‘시베리아’ 발언이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 같다. 아무래도 그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념 스님도 “‘시베리아’ 발언에 무척 화가 나 있는 것 같더라”는 말을 전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손 전 지사의 시각이 지금 한나라당 주류의 시각과 어긋난다는 게 문제다. 한나라당 내에선 손 전 지사가 유력 주자와 손잡고 차기 정권에서 당 대표나 총리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지인들에게 “나보고 총리 하라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손 전 지사가 ‘지금이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온 점을 들어, 정치권의 한 인사는 “나름의 강한 소명의식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손 전 지사가 줄곧 “개발독재 시절의 리더십으론 선진국에 들어설 수 없다”고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해온 것도 이런 의식의 또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정념 스님에게 “(내가) 꽃봉오리를 피우고 싶다”며, 시대정신에 가장 합당하다고 믿는 자신의 당내 지지율이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고민과는 별개로, 그가 경선 불참이나 탈당을 결심했을 때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배경이야 어떻든 그의 명분은 한나라당을 떠나는 순간 단번에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 손 전 지사가 마지막까지 쉽게 결심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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