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진/한국싸이버대 교수
학습 클리닉/ 정수는 시험을 보고 나면 속이 많이 상한다. 아예 몰라서 틀렸다면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 어디선가 본 듯한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아 틀리는 문제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보충수업에서 푸는 문제집, 학원에서 푸는 문제집, 또 개인적으로 사 놓은 문제집 등 과목별로 문제집이 3~4권 정도는 되기 때문에 시험 전에 문제도 상당히 풀어보는데, 실전에서는 늘 기대와 다른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했는데도 시험 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면, 분명 기억이 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반복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수는 한 과목에 대해서도 문제집을 3~4권씩 푸는 등 학습량이 이미 상당한 정도였으므로 이런 진단을 내리는 것은 어려웠다. 일단 진단을 유보하고 정수가 공부할 때 사용한 문제집(한 과목에 해당되는 것)을 가져오도록 했다.
정수는 문제집 3권을 가져왔다. 각 문제집에서 같은 진도에 해당되는 부분을 펼쳐놓고 정수가 주로 어떤 문제를 틀리는지를 같이 살펴봤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정수가 틀리는 문제가 3권의 문제집에서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정수야,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혹시 짐작이 가니?” 정수는 머리를 긁적인다. 정수는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하고 정답을 확인한 뒤 덮어두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 그 과목의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직 풀지 않은 새 문제집을 풀어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틀린 부분이 비슷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기억을 되살려 보기 위해 반복학습을 하는 것은 매우 좋은 공부 방법이다. 많은 학생들은 집에 가지고 있는 문제집을 풀어보면서 반복학습을 한다. 그러나 정수와 같이 반복학습을 하되 약점 부분에 대한 공략은 빠진 채 이미 알고 있는 부분만을 중심으로 반복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럴 경우 문제집을 여러 권 풀어본다 하더라도 모르는 부분은 여전히 그대로 남는 것이므로 반복학습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가 정수에게 제안한 방법은 간단하다. 문제집을 풀 때 틀렸던 부분을 두 번, 세 번 풀면서 자신의 약점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전에는 새로운 문제집으로 넘어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미 사 놓은 문제집이 아깝다면, 새로운 문제집을 풀기는 풀되 약점 부분에 대한 문제 혹은 이전 문제집에서 나오지 않은 문제를 찾아 선별적으로 풀어보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반복은 기억이 오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무작정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약점 부분을 추려내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반복이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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