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클리닉
고등학생 재영이는 시험공부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공부 잘 하는 친구에게 시험 계획을 세워 달라고 해서 그대로 한번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을 정도란다. 물론 그 친구와는 수준 차이가 있으니 계획을 세워준다고 해도 따라 하기는 어렵겠지만, 시험 때 마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공부하고 시험을 볼 수 있을 지 답답하다는 것이다.
재영이는 시험 공부를 크게 두 단계로 생각하고 있었다. 1단계는 읽고 외우기. 2단계는 문제집 풀고 확인하기.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날짜에 맞추어 과목을 배정한 다음, 각 과목을 차례로 끝내는 것이 재영이의 시험 계획이다. 언뜻 매우 평범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개의 커다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첫째, 계획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과목 혹은 시험 범위가 유난히 많은 과목이 반드시 등장한다. 그렇게 되면 계획대로 정해진 날짜에 그 과목을 다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때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그 압박감은 커져갈 것이고, 나중엔 도무지 공부에 집중을 못할 수도 있다.
둘째, 기억력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학생들은 시험 준비 기간이 2주 정도로 잡는 경우가 많았다. 2주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2주 전에 공부한 내용을 시험 볼 때 제대로 기억해 내려면 반복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영이처럼 공부를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 하다보면 각 단계를 밟아 가는데 과목별로 드는 시간이 많아 반복학습이 어렵다. 아무리 철저히 공부해 놓은 내용이라도 반복이 없으면 장기기억은 쉽지 않다.
내가 재영이에게 제안한 방법은 시험공부 계획도 ‘한꺼번에 많이 하는 방식’이 아닌, ‘조금씩 자주’ 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주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2단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공부의 단계를 쪼개어 7단계 정도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1단계의 ‘읽고 외우는 과정’은 ①전체적인 내용 구경하기, ②모르는 부분 표시하며 전반적으로 읽기, ③모르는 부분 집중적으로 이해하며 읽기, ④외우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단계의 ‘문제집 풀고 확인하기’도 ⑤문제집 일단 풀기, ⑥틀린 문제를 공부했던 책에 표시해 보기, ⑦예상문제 만들어 보기 혹은 출제자가 되어보기 등으로 나누어 보자는 것이다. 공부의 단계를 쪼개었으니 각 과목을 공부할 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내용을 방법을 달리하며 자주 반복하게 된다.
전체 공부 시간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잘개 쪼개어, 여러 번 반복하는 공부 방법은 시험 기간 동안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부할 때 생길 수 있는 압박감을 최소화 해 줄 뿐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장기 기억 능력도 향상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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