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검찰 출두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제위기론 뒤 숨은 불법 치부-편법 상속 단죄
삼성 수사 영향 주목…재벌 투명경영 계기 돼야
삼성 수사 영향 주목…재벌 투명경영 계기 돼야
[뉴스초점] 정몽구 현대차 회장 영장 검찰이 재계 서열 2위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에게 ‘법과 원칙’을 그대로 들이댔다. 이에 따라 불법적인 부의 축적과 변칙적인 경영권 상속 등으로 얼룩진 재벌기업들은 자금력에 의한 로비와 경영위기론으로 손에 쥐어온 면죄부를 더는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대검 중수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등 계열사를 통해 1천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3천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회장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정 회장 쪽 변호인은 실질심사 날짜를 다음달 1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불법적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주된 책임자를 엄단하는 것이 필요하고, 피해액 등을 고려하면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임직원들의 진술 번복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아 정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 수사하고,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그룹 임원들은 정 회장을 기소하기 전에 조처하기로 결정했다. 정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기업 총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성역 하나를 깬 것으로 평가된다.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전례가 있긴 하지만, 재벌 총수들은 비리에 연루돼도 국가이익이나 경제회생 같은 갖가지 명분으로 법망을 잘도 빠져나갔다. 따라서 이번 구속영장 청구 결정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에버랜드 등과 같은 삼성의 편법 경영권 승계 문제 처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 수사의 성역으로 존재했던 한 부분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검찰은 정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으로 재벌비리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비리 혐의가 있는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도 엄격한 법집행을 예고했다. 참여연대는 “재벌개혁을 위한 백 가지 조직 신설이나 천 가지 규제 제정보다 우리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지배구조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참여정부 출범 뒤 10대 재벌의 절반 이상이 사법처리된 결과는 재벌 비리가 특정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집단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며 재벌기업의 후진적 경영행태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점이어서 현대차는 물론 재계 안팎에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역풍이 있더라도 올바른 시장경제를 위해서도 이 고비는 꼭 넘어야 한다는 견해 또한 만만찮다. 박순빈 황상철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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