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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왕자의 난’ 넘어섰지만 ‘황제경영’ 스스로 덫에

등록 2006-04-27 19:16수정 2006-04-27 19:28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지난 24일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지난 24일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78년 아버지 대신 구속 형제다툼·대선자금 시련
2인자 없는 ‘1인 지배’ 경영권 대물림 무리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구속될 처지에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른바 황태자 시절부터 재벌 총수 자리에 오르기까지 크고 작은 기업 비리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전력’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한양대를 나온 그는 31살 때인 1969년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 막 출범한 현대차의 서울사업소장을 맡았다. 그의 경영수업도, 자동차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숙부인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 밑에서 이사 등을 거쳐 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 사장으로 자동차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년 뒤인 78년 검찰과의 첫 악연이 찾아왔다. 당시 한국도시개발공사(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던 그는 77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대한 공직자 및 언론인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조사를 받았고, 결국 뇌물수수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건축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1심 재판 때까지 75일간 구금되는 시련을 겪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이 처벌을 피하는 바람에 그가 대신 구속된 모양새였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으로 불리는 ‘왕자의 난’과 2004년 대선 불법 정치자금 수사도 그의 순탄치 않은 인생역정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분가하면서 집안 내홍을 반전시켰고, 대선자금 수사 때는 김동진 부회장이 총대를 맨 덕분에 사법조처를 피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2005년 5월20일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열린 현대차 미국공장 준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간 3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을 발판으로 야심차게 미국 시장 공략을 추진해왔다. AFP 연합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2005년 5월20일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열린 현대차 미국공장 준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간 3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을 발판으로 야심차게 미국 시장 공략을 추진해왔다. AFP 연합
업계에서 정 회장이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 경영을 펼쳐 2000년 출범 당시 재계 5위의 현대차그룹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자동차 사업의 동력으로 그가 내세운 품질 경영과 글로벌 경영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자신은 내부적으로 황제경영을 답습하다 비운의 길을 재촉했다. 주변 사람들은 가부장적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왕 회장’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눌변인 그는 아버지를 늘 어려워했으나 인정받고 싶어했다. 또 현대차의 성장기반을 일구며 ‘포니 정’으로 이름을 날리던 숙부의 그늘에도 가려있었다. 동생들과의 경영권 다툼에서도 그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도 ‘2인자’를 두지 않았고, 또 예측불허의 잦은 사장단 인사로 스스로 1인 지배의 올가미를 쳤다. 그 와중에 경영권 승계에 집착하다 결국 무리수까지 두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시련 많았던 황태자에서 비운의 황제’로 빚대어 진다. 정 회장이 처한 현재의 위기는 한국 재벌들에게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 불법적인 부의 축적 과정, 변칙적인 상속, 무분별한 경영권 대물림 등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정치·사회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민주적인 내부통제, 견제와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지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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