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달 28일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외시장 개척 등 임무”…불법승계 비난 회피용 지적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전자 글로벌 최고고객책임자(CCO)라는 직책에서 사임하고 ‘밑바닥 현장’에서부터 다시 경영수업을 받게 된다. 이학수 부회장은 22일 “주로 여건이 열악한 외국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 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략기획실의 고위관계자는 부연설명을 통해 “국외의 특정지사로 소속을 옮긴다는 뜻이 아니라 국내 업무에서 손을 떼고 국외 시장 개척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는 뜻”이라며 “국내에 머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에버랜드 불법 지분승계 등 비난 여론을 잠시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이는 이재용 전무 본인의 뜻이었다”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이학수 부회장은 “아직 승계 문제가 결정된 바 없다고 회장님이 말씀하셨다”며 “회장님은 앞으로 이재용 전무가 주주나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승계할 경우 회사에도, 이 전무에게도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넘어간 지분이 아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앞으로 지분을 승계할 땐 증여세든 상속세든 법적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삼성 쪽의 생각은 이미 넘어간 지분을 포함해 대주주로서의 소유권을 이재용 전무에게 넘기는 것은 기정사실화하되, 경영수업 등을 착실히 밟으며 대내외적으로 최대한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부로 입사한 이래 이 전무는 외국 유학 등을 거쳐 2001년 3월 상무보, 2003년 2월 상무에 올랐고 지난해 1월 현직인 전무로 승진했다. 2001년부터 경영수업을 본격 시작했는데, 이때 이 회장은 아들에게 ‘현장경영’과 ‘경청’이라는 두 가지 내용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경영을 맡았던 이(e)삼성 등 아이티(IT) 계열 기업들이 많은 적자를 내면서 부실을 계열사에게 떠넘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전무는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새로운 역할을 배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건이 열악한 사업장’이라고 했으므로, 수익이 좋고 안정된 비즈니스가 아닌 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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