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잠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아버지의 굵어진 손마디가 제초제보다 더 독하게 살아온 세월을 일으켜 세운다 산과 들판이 힘겹게 삭발하는 풍경 아른거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쓸데없이 오가는데 들판을 버리지 못하는 아버지 감자와 콩의 뒤꽁무니를 도회지 자식놈들 다루듯 만지작거리다 ...
천사였다가 악마가 된 루시퍼는 언제고 타락천사로 변할 수 있는 보통 사람에 대한 알레고리다. 루시퍼처럼 악의 얼굴은 평범하고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다.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유대인 대학살 집행자였던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고 기록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