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새밭에 장다리 장다리 샛노랗게 피던 그 밤에 불면증에 떨고 있는 배추흰나비 한 마리 날으는 재주 지닐 줄 알았더라면 솔개나 되었을 것을 장다리 향기로 몸단장에 바쁘지만 새들의 먹이감인 걸 몰랐을까 첫 비행에 쫓긴 몸이 앉은 자리에서 날갯짓만 해 본다 어디서부터 빗나간 운명이기에 불...
경북 남부 해안지방에서는 겨울철 별미로 과메기를 즐겨 먹는다. 추운 겨울에 날꽁치를 얼렸다 말렸다 하면서 만든 과메기는 이제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 유명해졌다. 포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어르신들의 말로, 과메기는 본디 청어로 만들었는데, 청어가 귀해져서 꽁치로 만든다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과메...
골목은 설렌다. 동전 몇 닢이면 짜 먹는 얼음과자나 바스락거리는 스낵을 살 수 있다. 고사리손이 쥔 동전은 골목 어귀 ‘철이 엄마’의 가게에서 주전부리 상품으로 바뀐다. 구구단을 외기도 전에, 화폐가 등가의 구매력임을 깨닫는다. 구멍가게는 서너 살 코흘리개가 처음으로 시장경제와 만나는 장소다. 소비행위는 구...
초복·중복·말복이 되면 삼계탕이나 개장국을 먹는다. 삼계탕은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자리잡았으나 개장국은 아직 공인되지 않은 음식이다. 북녘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 개장국을 ‘단고기국’이라 한다. 단고기라는 말은 ‘고기 맛이 달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평양시 낙랑구역 통일거리에는 ‘평양단...
달빛 나린 날부터 물 고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내 몸 어디에 물이 고이고 있는 걸까요 실핏줄 사이사이 물길이 열린 건가요 나는 잘 빚은 항아리 되어 날마다 부풀어 올라요 얼굴도 본 적 없는 외할머니가 아침마다 떠놓았다던 그 물 한 동이, 캄캄한 심장을 환하게 씻어주네요 홀로 물무늬 그리며 둥글게 부풀어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