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다’는 남북에서 대략 다섯 가지 뜻으로 쓰인다. 첫째 ‘빼앗다’는 뜻이다. 이제는 ‘앗다’보다는 ‘빼앗다’가 주로 쓰이는 탓에 ‘앗다’의 쓰임이 좀 줄어들었다. 둘째는 ‘(낟알의) 껍질을 벗기다’의 뜻으로 “절구로 수수를 앗다”와 같이 쓴다. 셋째는 ‘목화의 씨를 빼다’의 뜻으로 “씨아로 목화를 앗다”와 같이 쓴다. ‘...
고층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꽃무늬차렵이불이 비를 맞고 있다 우산도 없이 프리다 칼로 공원에 앉아 있던 블라우스처럼 고스란히 젖는다 흥건해진다 속으로 구름을 키우며 사는 것들은 원래 빗물에 약한 법 이불 속 드라이플라워되었던 꽃잎들 선명하게 몸 불린다 난간에 매달린 줄기가 불안하지만 보송보송하게...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어린아이가 태어난 직후 작은 광주리에 넣어서 바깥에 내다 놓는 풍습이 있었다. 갓난애의 명을 길게 한다는 것이다. 버려졌다 살아난 아이가 외려 목숨이 길고 더 잘되리라는 주술적 믿음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그것은 죽음으로 내던져진 크나큰 ‘액’이었다. 상징적인 액을 당하고 겪음으로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