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빠져나간 바람은 어디로 갔을까 얇은 살 흰 뼈에 공명하는 소리 우우 바람이 든다 귓바퀴가 돈다 뼈에 바람이 지나가 속이 텅 빈 무의 생은 얼마나 가벼울 것인가 바람이 지날 적마다 바람을 껴안아 바람이 없으니 이제 무는 아무것도 아닌 무가 되었다 생을 완성하였다 도마 위에 무 한토막 형광등 불빛 아래...
나라 안에 거짓말이 판을 치니까 거짓말을 다룬 책들이 쏟아진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참말이 아닌 말이다. 참말과 거짓말은 맞서는 짝이라 참말은 거짓말이 아니고 거짓말은 참말이 아니다. 참말은 사람과 세상을 밝혀주고 거짓말은 사람과 세상을 어둠으로 가리니, 거짓말을 잠재우는 것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말에서 부사로 쓰이는 ‘마구’는 ‘몹시 세차게, 아주 심하게, 아무렇게나 함부로’의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마구 때리다’는 ‘아주 심하게 때리다’란 뜻이고, ‘마구 버리다’는 ‘아무렇게나 함부로 버리다’란 뜻이 된다. 이런 뜻의 ‘마구’가 줄어들어 생긴 말로 접두사 ‘막-’이 있다. 접두사 ‘막-’은 ‘거친’, ‘품질이 ...
키 큰 향나무의 대오, 정원사가 손보고 간 이래로 한 그루 향나무 상하 좌우 나뭇가지들 곳곳 무더기무더기 축구공 농구공만 같은 무인도만 같은 녹색 잎 뭉치들 푸른 하늘이 그 배경이다 그대로 그냥 한 생애 내내 기약 없는 참선에 든 구도자 모습, 분위기, 세상 어떤 가부좌의 구도자라 해도 외형상 저 향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