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이현세 만화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를 보았을 때, 그런 이름이 정말 있나 싶어서 찾아봤다. 그리고 빨간 꽃잎 위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하얀 밥풀무늬를 보고 적이 놀랐다. 풀꽃이름 중에는 누가 죽어서 그 자리에 난 것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많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마음씨 착한 며느리가 제사...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를 마시는 토요일 오후 산자락 옹긋옹긋한 무덤들이 이승보다 더 포근하다 채반에서 첫잠 든 누에가 두잠 석잠 다 자고 섶에 올라 젖빛 고치를 짓듯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 마시며 저승의 잠이나 푹 자고 싶다 -시집 〈손님〉(황금알)에서 오탁번 1943년 충북 제...
‘말’과 ‘글’을 뜻이 아주 다른 낱말로 보아 ‘말글’이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말’은 글을 낳았고 글을 싸잡는 것이기에 이들 둘은 서로 다른 낱말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다. 마음을 담으려면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조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