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기가 물렸다고 덤비면서 갑작힘을 주면 물고기는 낚시끝에 찢긴 제코를 남겨놓고 도망친다우.”(장편소설 <참대는 불에 타도>) 갑작힘은 ‘갑자기 쓰는 힘’이다. ‘갑작’은 ‘갑작스럽다’에서 확인되는데, ‘갑작’에 대한 남북의 견해가 다르다. 남녘에서는 어근으로 보고, 북녘에서는 부사로 본다. 부사 ‘갑...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산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리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버렸다 칼자국이 지나간 검객의 얼굴처럼 비스듬히 소나무의 몸에 긴 흉터가 새겨...
시대 따라 장례 풍속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늘 죽음은 하늘이 꺼지고, 한 세상이 저무는 일과 같다. 황망하여 궂긴소식 곧 죽음을 알리는 일조차 상주 아닌 호상 이름으로 내는 게 보통이다. 전날엔 부고장 꽂이를 사랑청에 두고 집안에 들이지 않았으나, 요즘은 부고장 대신 휴대전화나 전자우편으로 한시에 알리는...
2006년 2월, 군대에서 동성애자 병사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힘과 동시에 에이즈 강제검진을 받아야 했고, 성정체성 입증자료로 ‘성관계 사진’ 제출을 강요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군대가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폭로에, 동성애자를 군대 성폭력의 가해자로 낙인찍었던 국방부는 전전긍긍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