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주고받기가 만남의 의례로 굳어진 지도 제법 된 성싶다. 아는 이도 신상·연락처 변동이 있다며 명함을 준다. 이름에 하는 일, 직장·직책, 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가 곁들인다. 전자명함도 유행이다. ‘이름’(성명)이 사람에 버금가는 존재가 된 셈이다. 이름은 지칭·호칭으로 두루 쓰인다. 사람을 부르는 방식에...
<열녀춘향수절가>에는 암행어사 이몽룡이 전라도 초읍인 여산에서 일행을 세 갈래로 나누어 떠나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한 갈래는 진산·금산·무주·용담·진안·장수·운봉·구례로 돌아드는 서리패들의 전라 좌도고, 또 한 갈래는 용안·함열·임피·옥구·김제·만경·고부·부안·흥덕·고창·장성 등을 거치는 중방 역졸패의...
말이 되지 못한 느낌은 가볍다 여름 가까운 낡은 외투 속, 한 사내에 이끌려온 먼지와 주머니에 묻어둔 추억의 일행들은 후욱, 가볍다 탁자에 쌓인 희뿌연 공백의 시간들이 가까운 창을 향해 자폐적 감촉으로 증발되는 오후의 기억 너머 한 사내는 말이 없고 먼지들은 두껍다 한 사내는 빠르게 빨아들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