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높은 가지 끝 둥근 유리 이파리 뚫고 터져나온 향기 없는 꽃 사내와 나방을 불러모으는 흰 고요 밤이 깊을수록 거리에 차고 넘치는 나무의 빛 아래에서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는 꽃들 아침에 모두 죽었다 -시집 <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에서 송 승 환 2003년 <...
서방은 본디 ‘새 사람, 큰 사람’을 뜻하는 말로 본다. 흔히 아는, 글 읽는 방 또는 책방(書房·冊房)이 아니란 말이다. 정재도님은 ‘서’란 ‘사·소·솔·쇠·새’처럼 ‘ㅅ’ 계통 말로서 “새롭다, 크다”로, ‘방’은 “건설방(건달), 만무방(염치 없는 사람), 심방(만능 무당), 짐방(싸전 짐꾼), 창방(농악의 양반 광대)” 들의 ‘...
땅이름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바탕말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꼴과 뜻이 바뀌어 고유명사로 쓰일 때는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낯설 때도 많다. 옛나라 이름 가운데도 이런 것들이 많다. <삼국유사>의 ‘가야’ 쪽 기록도 마찬가지다. ‘수로왕’이나 ‘5가야’의 명칭은 모두 고유명사다. 이들 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