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먼곳에서 태어나는 줄 알았다 태풍의 진로를 거스르는 적도의 안개 낀 바다나 계곡의 경사를 단숨에 내리치는 물보라의 폭포 혹은 사막의 천정, 그 적막의 장엄 아랫목에 죽은 당신을 누이고 윗목까지 밀려나 방문 틈에 코를 대고 잔 날 알았다 달 뜬 밖은 감잎 한 장도 박힌 듯 멈춘 수묵의 밤 소지 한 ...
여러 해 전 새 천년 새 세기를 열흘쯤 남겨 놓고 세계가 잔치 분위기에 들뜬 사이, 남아메리카 최북단 대서양 나라인 베네수엘라에 폭우가 쏟아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한 일간지는 ‘베네수엘라 노아의 홍수’라는 제목과 기사로 이 사건을 전했다. ‘노아의 홍수’는 성경에 나오는 사건이다....
다섯 길 물속에 그대 아버지 누웠네/뼈는 산호가 되고/눈은 진주가 됐네/…/바다 요정이 끊임없이 그의 종을 울리네.(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침몰한 배의 수중고혼은 동그란 파문의 종소리를 계속 울리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멀쩡한 배보다 난파선에 훨씬 더 귀가 솔깃하다. 모두 보물선으로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