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고 젖은 자여, 그대 적신 날개 아래 몸 풀고 있는 산 비 그친 뒤 젖은 자는 구름을 타고 앉아 조촐한 식탁을 마련한다. 길 떠나는 자여, 깨닫지 못한 꽃잎 하나 흔·들·리·면 아직은 깨어 있는 꽃 마른 눈물 데워질 때까지, 산 너머 꽃잎 피는 소리에 녹아드는 그리움 안타까움만 쌓이는데 잴 수 ...
우리말에 ‘르’ 불규칙 용언이 꽤 된다. ‘-르다’로 끝나는 말이 ‘-아/-어’로 시작되는 어미와 이어지면 ‘-아/ -어’가 ‘-라/ -러’로 바뀌는 용언을 일컫는다. 이때 어간의 끝 음절 ‘르’에서 [ㅡ]는 탈락하고 남은 [ㄹ]은 앞 글자의 받침으로 자리잡는다. 가령 ‘흐르다’에 ‘-었다’가 이어지면 ‘흐르었다’로 되고 ‘흐렀다...
380㏄ 채혈병 속으로 비루한 피가 쪼록쪼록 떨어진다. 피는 밥이다. 채혈실 밖에는 뱃속이 쪼르륵거리는 빈대꾼들. 비루먹은 개 같다. 돈 외에 따로 주는 빵 둘을 노린다. 이틀치 밥값을 손에 쥔 ‘쪼록꾼’은 서대문 네거리 옛 적십자병원을 나서 전라도 밥집으로 향한다. 헌혈이 일반화되기 전 매혈꾼의 모습이다. 최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