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척추는 만날 위태로웠다 육신의 그림자처럼 비좁은 그 방은 어지러운 마음을 누이면 기쁨이라 할 만한 것을 들일 데가 없었다 한쪽에는 불온한 책들이 들락거리는 서가와 영인본 잡지를 쌓아 만든 작은 탁자가 있었고 한쪽에는 옷걸이 삼아 박아놓은 대못들과 배고픈 가수의 사진을 명화인 양 ...
욕이란 형식에서는 망측하고, 내용으로는 악감정을 담고 있다. 망측하기만 하면 상소리고, 악감정만 담았으면 저주·경멸·조롱이 된다. 저주라 해도 그 표현 형태가 단정해서는 욕이 될 수 없고, 상소리를 늘어놔도 정이 담겼으면 엄격한 의미에서 욕이 아니다. 어른 사이에 친구끼리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면, 욕을 ...
‘가시집’은 ‘아내의 집’, ‘처가’를 일컫는다. 북녘에서는 ‘가시집’이 처가와 같은 말이고, 한자말인 처가보다는 고유어인 가시집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반면 남녘에서 ‘가시집’은 ‘처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여기고, 일상적으로 잘 쓰이지도 않는다. 남녘에서 잘 쓰이지 않는 까닭은 ‘낮춤’의 뜻이 연상되기 때문...
꽤 많이 걸어왔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저기 지평선 위에 늘어선 키 큰 나무들, 그 밑에 모여 앉은 작은 집들. 보이지? 발갛게 타오르는 눈부신 석양, 그리로 가고 있는 중이야. 잘 있어! -시집 〈방울새에게〉(실천문학사)에서 민 영 1934년 강원도 철원 출생. 1959년 〈현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