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다’는 박힌 것을 잡아당겨서 빼내는 노릇이다. 여기서 ‘박힌 것’이란 온갖 풀이나 나무, 갖가지 남새나 곡식, 짐승이나 사람의 이빨 같이 자연이 박은 것을 비롯해서 못이나 말뚝 같이 사람이 박은 것까지 싸잡아 뜻한다. 이제는 뜻 넓이가 더욱 번져나가 몸속에서 피를 뽑고 거미 꽁무니에서 줄을 뽑고 노래 한 가...
물 속 산은 젖지 않는다. 나는 조롱 문을 열고 물총새를 꺼내 날렸다. 물 안 산뜨락에 만발한 저녁 놀, 물총새는 돌아올 줄 모르고 산여울 물살 따라 초생달만 헤살쳤다. -시집 <콧구멍 없는 소>(시학)에서 최 명 길 194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75년 <현대문...
늦여름 윗대 어른들 뫼터 벌초를 할 때 사람 발길이 드문 산길을 오르다 보면 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적잖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 웃자란 풀이 길을 가려 버린 까닭이다. 이런 길이 ‘자욱길’이다. “나뭇군의 자욱길을 좇아서 산을 타고 골을 넘어 나가다가 나중에 길을 잃고서 헤매는 중에 해가 저물었다.”(홍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