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이나 사람 이름 가운데는 서로 다른 이름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이름이 많다. 백제를 건국한 온조는 아버지 주몽왕이 북부여에서 낳은 유리를 태자로 삼자 형인 비류와 함께 남으로 내려와 나라를 세웠는데, 그 이름이 ‘십제’(十濟)였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 이 기록에서 우리는 ‘...
‘패랭이꽃’은 길가 풀밭이나 냇가 모래땅, 묏자리 근처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꽃을 뒤집으면 옛날에 역졸, 부보상들이 쓰던 패랭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자어로는 석죽(石竹)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위틈 같은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고,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
흰 꽃잎 떨어진 자리 탯줄을 끊고 난 흉터가 사과에게도 있다 입으로 나무의 꼭지를 물고 숨차게 빠는 동안 반대편 배꼽은 꼭꼭 닫고 몸을 채우던 열매, 가쁜 숨도 빠져나갈 길 없어 붉게 익었던 사과 한 알, 멧새들이 몰려와 부리로 톡톡 두드리다가 사과의 배꼽, 긴 인연의 끈을 물고 포로...
‘돕다’와 ‘거들다’ 같은 말도 요즘은 거의 뜻 가림을 하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쓰인다. 국어사전들이 ‘돕다’를 찾으면 거드는 것이라 하고 ‘거들다’를 찾으면 돕는 것이라고 하니까 이런 뒤죽박죽이 바로잡힐 길조차 없다.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비슷한 뜻을 지녀서 얼마쯤 겹치는 구석이 있지만 여러 가지 잣대에서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