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울 속의 수염을 들여다보며 비밀을 가질 시기 지붕 위의 새끼 고양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가지고 있다 희고 작고 깨끗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겨울 얼어붙은 호수의 빙판 위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나는 어른으로서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어른으로서 봄이 되면 지붕 위...
의 작가 게오르규는 잠수함의 승무원이었다. 구식 잠수함에는 꼭 토끼를 태웠다. 토끼는 산소와 수압 같은 외부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는지 여부를 사람보다 먼저 느낀다. 잠수함 맨 밑에 들어간 토끼는 그러므로 그 공간의 생명 지킴이였다. 게오르규가 탄 잠수함의 토끼가 호흡 곤란으로...
급작스레 벌어진 일을 설명할 때 흔히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순식’은 아주 작은 수다. 그냥 막연히 작은 수가 아니라 10의 17제곱 분의 1이다. 얼마나 작은 수인지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찰나의 가을, 올 유난히 짧아 겨울 일찍 온다”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짧은 가을에다 ‘찰나’라는 말을 썼다. ‘...
사랑만한 수고로움이 어디 있으랴 평생을 그리워만 하다 지쳐 끝날지도 모르는 일 마음속 하늘 치솟은 처마 끝 눈썹 같은 낮달 하나 걸어 두고 하냥 그대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 미련하다 수고롭구나 푸른 가지 둥그렇게 감아 올리며 불타는 저 향나무 -시집 <능소화>(솔)에서 ...